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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헌 정신건강의학과 송영헌 과장]
가슴이 갑자기 두근거리고, 숨이 막히며, 식은땀이 나고, ‘이러다 죽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가 밀려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응급실을 찾고 심전도, 혈액검사, 뇌 검사까지 받아 보지만 “큰 이상은 없습니다”라는 말을 듣습니다. 그런데도 당사자는 안심되지 않습니다. 몸은 분명 죽을 것처럼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공황장애를 겪는 분들이 흔히 말하는 경험입니다.
공황장애는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우리 몸의 경보장치인 자율신경계가 실제 위험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도 과하게 울리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갑작스러운 이별이나 사별, 직장과 학교에서의 과도한 스트레스, 죽을 뻔한 사고나 질병의 기억, 과도한 카페인과 음주, 완벽주의적인 성향 등이 방아쇠가 될 수 있습니다. 심장이 빨리 뛰고 숨이 가빠지는 것은 몸이 위험에 대비하려고 하는 반응이지만, 그 반응이 너무 강하게 나타나면 사람은 그것을 ‘심장마비’나 ‘질식’처럼 해석하게 됩니다.
문제는 한 번의 발작보다 그 뒤에 찾아오는 두려움입니다. “또 오면 어쩌지?”라는 예기불안 때문에 지하철, 엘리베이터, 사람 많은 장소, 운전, 혼자 있는 상황을 피하게 됩니다. 생활반경이 점점 줄어들고, 반복되는 검사에도 원인을 찾지 못하면 좌절감과 우울감이 함께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황장애는 단순한 긴장이 아니라 삶의 자유를 빼앗는 병이 될 수 있습니다.
공황장애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이해입니다. 공황발작은 매우 고통스럽지만 그 자체로 사람을 죽이는 병은 아닙니다. “내 몸이 망가졌다”가 아니라 “위험을 알리는 경보장치가 과민하게 작동했다”고 이해하면 회복의 길이 열립니다. 치료는 보통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함께 고려합니다. 항우울제는 공황발작의 빈도와 강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필요할 때 안정제를 짧게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는 공포스러운 신체감각을 다르게 해석하고, 피하던 상황을 조금씩 다시 마주하도록 돕습니다.
공황이 올 때는 먼저 불안을 숫자로 바꾸어 보십시오. “지금 불안은 0점에서 10점 중 몇 점인가?”라고 묻는 것만으로도 막연한 공포가 관찰 가능한 감정으로 바뀝니다. 이후 어깨의 힘을 빼고 배가 천천히 움직이도록 숨을 들이마신 뒤, 들이마신 시간보다 조금 더 길게 내쉬어 보십시오. ‘이 감각은 위험 신호가 아니라 불안 신호다. 곧 지나간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규칙적인 수면, 걷기 운동, 카페인과 음주 줄이기, 명상이나 요가 같은 이완요법도 재발을 줄이는 생활 처방이 될 수 있습니다.
주변 사람이 공황발작을 겪을 때도 “왜 그렇게 예민하냐”고 말하기보다, 조용한 곳에서 천천히 호흡하도록 곁을 지켜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외출을 피하게 된다면 전문 진료가 필요하다는 신호로 보아야 합니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학교, 직장, 대인관계까지 위축될 수 있으므로 조기 상담이 중요합니다.
공황장애는 부끄러운 병이 아닙니다. 혼자 참다가 병을 키우기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정확히 평가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회복의 지름길입니다. 몸의 경보장치가 예민해졌다면, 다시 조율하면 됩니다. 두려움이 삶을 대신 운전하게 두지 마십시오. 치료를 통해 다시 내가 내 삶의 운전대를 잡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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