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류마티스내과 과장]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여름은 야외 활동을 즐기기에 적합한 계절로, 나들이나 물놀이, 운동, 캠핑 등 활동이 다양해지면서 관절 부상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허리 통증이 나타나면 단순 근육통이나 허리디스크 등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허리 통증 자체는 병이라기보다는 증상으로, 통증이 나타나는 데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다만, 허리, 엉덩이 부위 통증과 강직감이 일반적인 근육통의 양상과 조금 다르고 장기간 지속된다면, 드물게는 척추 관절의 염증성 질환인 강직성척추염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으므로 잘 살펴봐야 한다.

강직성척추염은 면역 이상으로 인해 엉덩이 골반 관절을 포함한 척추 관절, 눈, 장, 피부 등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흔히 허리 통증하면 생각하는 허리디스크 즉 추간판탈출증 같은 질환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허리통증이 줄어들지만 강직성척추염은 휴식을 취해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운동이나 활동을 하면 통증이 나아진다.

주로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허리의 통증과 강직감이 심한 ‘조조강직’이 특징적인 증상이며, 심한 경우 잠을 자다가 허리가 아파 깨어나기도 한다. 20대 초반에서 40대까지의 젊은 남성에서 많이 발병한다.

강직성척추염을 흔한 근육통으로 여기고 진통제 등을 복용하면서 방치하거나 허리디스크 등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면 염증이 계속 진행되면서 척추 관절의 손상을 유발한다. 심하면 척추 관절이 대나무처럼 굳어지면서 잘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장애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꼭 류마티스내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과거에 비해 효과적인 치료제들이 많이 도입되면서 증상 완화는 물론 척추 관절의 변형도 억제할 수 있게 됐다.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의 환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정도로 질환을 관리할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과 치료에 신경 써야 한다.

강직성척추염은 척추 관절에 염증이 발생하는 류마티스 질환이므로, 수술보다는 약물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하며 조기에 치료할수록 경과가 좋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강직성척추염 치료의 기본 약물로, 통증을 줄이고 운동성을 개선한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에 치료 반응이 없을 경우 생물학적 제제, JAK 억제제 등 다음 단계의 치료를 고려한다.

비교적 최근에 도입된 JAK 억제제는 체내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JAK 신호 경로를 차단해 염증을 억제한다. 주사가 아닌 먹는 약으로 투약하기가 편하고, 병원을 자주 찾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있다.

JAK 억제제 중 하나인 유파다시티닙은 임상연구에서 치료 1~2주차부터 전체 등허리 통증 및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야간 등허리 통증을 개선하고, 이러한 효과를 2년 간 유지하는 등 강직성척추염 환자의 통증 개선에 빠르고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고 보고됐다.

약물치료와 함께 척추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변형을 방지하기 위한 꾸준한 운동과 스트레칭을 병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근력을 강화하면 척추와 말초 관절이 받는 압력을 감소시켜 통증과 강직감을 줄일 수 있으므로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근력 운동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강직성척추염의 조기 치료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허리 통증이 너무 흔한 증상이기 때문에 간과하기 쉽다는 점이다. 같은 허리 통증이라도 그 원인은 제각각 일 수 있으므로 몸이 보내는 신호와 변화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필요한 경우 꼭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건강한 일상을 오래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출처 : 라포르시안(https://www.rapportian.com)